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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Issues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약한 스포 및 과학 험담 주의)

by 작은별하나 201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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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가 항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시류에 맞추어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실, 워낙 SF쪽 영화는 꼭 봐야한다는 주의인지라, 화제가 그리 되지 않았어도 보았을겁니다.

제가 높게 평가하는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그래비티"입니다.  그에 비해서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저에게 있어서는 별로네요.  이것은 개개인의 견해차가 있으니, 뭐라 평하기는 힘듭니다.

사진출처 : 인터스텔라 페이스북


"인터스텔라"는 말 그대로 별과 별사이를 뜻하는 것으로,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를 떠나서 다른 태양계를 가는 이야기입니다.


놀란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진행의 긴박함을 잘 표현하고, 예술적인 부분에 치중을 하는 감독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그다지 감명을 받았던 적이 없습니다.  옛날 작품들에 비해서 최근 작품들이 더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호해지는 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놀란 감독 본인도 한국에서의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면, SF가 그다지 먹히지 않는 한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의외인 가 봅니다.


두가지 관점에서 이 영화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사랑이라는 테마입니다.

주인공 쿠퍼와 그의 딸 머피의 사랑 이야기.  저는 여기서 어떤 감흥도 받지 못 했습니다.  왜 "사랑이야 타스"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두번째는 과학적인 측면입니다.

이론 물리학자 "킵 손"의 조언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까지 각본에 매달렸던 각본가 "조나단 놀란"이 참여한 것 치고, 과학적인 측면은 보잘 것이 없네요.


혹자가 "네가 상대성 이론을 몰라서 그래"라고 한다면, 저의 지식의 천박함을 꾸짖고 싶지만, 가장 기초적인 상대성 이론조차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 했다는 점에서, 전 반박을 하고 싶네요.


과학적인 오류를 몇가지 지적하자면,


1) 지구에서 출발할 때에는 3단로켓을 써가면서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데, 그 이후 행성들(각각 지구 중력의 130%, 80%)에서는 보조 로켓 없이 손쉽게 중력을 벗어납니다.  달과 같이 지구중력의 17% 정도밖에 안 되는 곳에서의 탈출이 아닙니다.  화성 개발을 고대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화성이 지구 중력의 37% 정도인 것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 블랙홀 근처에 있다고 해서 지구 시간보다 훨씬 더 느리게 흘러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중력이 큰 곳에서는 중력이 낮은 곳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은 맞지만, 그 곳 행성은 지구 중력 대비 130%인 곳입니다.  즉 130% 중력 대비에 해당하는 것만큼만 시간 차이가 발생해야 맞습니다.  실제 이 중력에 의해서 발생하는 시간 오차는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지구 중력이 초속 10m 정도이므로, 이것에 몇십배, 몇백배 곱하더라도 그다지 시간 차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겨우 130%인 중력장에서 1시간이 7년이라니..


(수정)  설정집을 보니까, 물의 행성(밀러 행성)이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근접해 있고,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공전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이것은 현실성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지나가는 혹성이 블랙홀의 인력에 끌려서 궤도에 안착했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고, 그마저도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 있었다니.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초안을 보면, 하루가 1년정도로 그려졌었다고 하는데, 그나마 이것이 낫네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안을 보면, 다른 블랙홀의 힘을 빌려서 행성을 벗어난다고 합니다.  밀러 행성이 1초에 10회전을 하는 행성인 것도 솔직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 시점으로는 공전시간이 1.7시간이죠.  시간 왜곡이 6만배이니, 내부 시점으로는 공전주기는 0.1초.)  그 행성에 이끌리기 전에 블랙홀의 중력은 그 행성의 중력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밀러 행성으로 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박이었을거라는 점입니다.  7~10년 이상을 버릴 생각을 하고서 그 행성을 택한 것 자체가 상당한 오류이죠.  들리는 이야기로는 놀란 감독의 억지가 반영되었다는.


3) 토성까지 가는데 14개월이 소모되었는데, 그 이후는 언급이 안 되어 있어서이긴 하지만, 해당 외계 태양계 내에만 여러 행성이 또다른 지구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러면 서로 다른 태양계일 수 있는데, 지구에서 그나마 가까운 토성까지 14개월이면, 다른 태양계라면, 거기에만 몇십년이 걸립니다.  2006년에 발사된 뉴 허라이즌스호가 토성궤도까지 걸린 시간이 약 29개월 걸렸죠.  명왕성까지는 약 11년이 걸릴 예상입니다.  우리 태양계를 벗어나는데에도 이렇게 막대한 시간이 소모됩니다.


(수정) 영화에 집중하지 못 해서인지, 밀러 행성, 만 행성, 에드먼드 행성이 모두 블랙홀을 모성으로 해서 같은 계에 있는 행성들이었네요.  블랙홀을 이용하여 스윙바이로 가속도를 얻어서 가는 방법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시공간이 왜곡된다는 것하고, 과연 엔듀어런스호가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가입니다.


4) 수신은 할 수 있는데 송신은 하지 못 할 정도의 중력장이라면, 인간을 비롯한 현재 지구상에 있는 어떤 물건도 견디지 못 합니다.  중력이 커져서 전파가 도달하는 것은 가능한데, 전파를 보내지는 못 한다는 것은 높이 차이가 있는 물이 위에서는 쏟아져 내리는데, 올리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력차이가 그정도 차이가 난다면, 이미 시간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있고, 그만큼의 고주파를 받기 위한 통신장비도 없지 않을까 하네요.  


5) 그리고 타임루프물에서 아주 자주 잘못하는 것이 이 영화에서도 눈에 띕니다.  터미네이터에서도 보면, 존 코너가 미래에서 존 코너 본인이 자신의 동료를 과거로 보내지 않았다면, 해당 사건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 타임루프물을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작가 편의주의라고 할까요?


6) 그 외에도, 이미 시간 격차를 계산할 수 있었다면, 굳이 물의 혹성에 탐사를 맡기는 것은 누가 판단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하루를 탐사하면, 지구에서는 무려 170년이나 흘러버리는데요.  그리고 거기서 통신 신호를 보내면, X선을 쏴도 지구에 도착한 신호는 저주파가 되어버리는데요.  왜냐하면 1시간이 7년이면, 주파수는 60000배 정도 낮아집니다.  10GHz 주파수는 지구에 도착하면, 130kHz 정도의 저주파로 바뀌죠.


과연 시간의 흐름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쳤다면, 오히려 아광속 우주선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아광속 우주선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탐사선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 초속 14km 인데, 아마도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엔듀런스 호는 초속 30km 정도일 거라 예상됩니다. 초속 30km 정도라면, 우주에서 우주선을 조립한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속도입니다.


어차피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 투성이일텐데요.



사진출처 : 인터스텔라 페이스북


여하튼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영화였네요.  차라리 사실적인 과학을 포기하고, 좀 더 스토리에 신경 썼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굳이 상대성이론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할 이유는 없었다고 봅니다.  영화는 영화죠.  그리고 놀란 감독의 아집 중 하나가 CG 사용 기피인데, 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CG면 어떻고, 실사면 어떤지요.  표현을 할 수 있는 많은 기법이 있고, 필름, 디지털 차이가 굳이 있을까요?  8K 해상도라면 디지털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엔듀런스 호의 디자인과 얼음혹성 등의 표현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웜홀의 표현과 블랙홀의 표현은 그다지 감명적이지 않았네요.  초월차원 표현할 때, 수학적인 기법을 이용했었다면, 조금 나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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